여름은 무더위로 인해 야외 활동을 꺼리는 이들도 많지만, 초록이 가득한 산과 숲길을 따라 걷는 트레킹과 하이킹은 더위를 잊게 만드는 최고의 힐링 활동이다.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 풀밭, 그리고 숲 속을 가르며 흐르는 계곡 소리는 오감을 일깨우고 몸과 마음에 여유를 준다. 특히 여름철 트레킹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자연의 품에서 회복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이번 글에서는 전국 각지의 초록빛 여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트레킹&하이킹 코스를 소개한다.
강원도 평창 ‘오대산 선재길’ – 숲의 기운을 느끼는 힐링 산책로
오대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선재길’은 강원도 평창에서 여름철 트레킹 코스로 가장 인기가 높은 명소다. 선재길은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약 9km의 숲길로, 걷는 내내 울창한 전나무 숲과 계곡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자연에 스며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선재길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심과 완전히 단절된 듯한 고요함과, 인간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숲이라는 점이다. 입구인 월정사에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면, 몇 분 안에 깊은 숲으로 들어서게 되며, 두터운 전나무 숲이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완전히 차단해 준다. 그늘 아래서 걷다 보면 계곡 물소리와 바람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어 마음마저 평온해진다.
선재길은 경사가 거의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중간중간 놓인 나무다리와 숲 해설 안내판은 산책에 소소한 재미를 더해주며, 곳곳에서 삼림욕과 명상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숲길 주변으로 야생화가 만개해 색다른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트레킹을 마친 후 도착하는 상원사는 해발 1,400m 부근에 자리한 산사로,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여름철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곳은 도심의 무더위와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또한, 월정사 근처에는 고즈넉한 한옥카페나 숙소도 많아 하루쯤 머물며 자연 속에서의 힐링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오대산 선재길은 걷는 자체만으로도 치유가 되는 산책로다. 여름휴가를 복잡한 관광지 대신 숲길 속에서 조용히 보내고 싶다면, 선재길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전라북도 진안 ‘마이산 둘레길’ – 기이한 봉우리와 함께 걷는 명상 트레킹
진안 마이산은 특이한 바위 봉우리가 인상적인 산으로, 예로부터 신성한 기운이 깃든 곳이라 전해진다. ‘마이산 둘레길’은 이 독특한 지형을 배경으로 조성된 트레킹 코스로, 자연경관과 역사적 의미를 함께 느낄 수 있어 여름철 힐링 여행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마이산 둘레길은 전체 코스가 약 13km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코스별로 난이도와 거리, 풍경이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 체력과 시간에 맞게 선택이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여름에 추천하는 구간은 '은수사길'과 '탑사길'이다. 이 길은 숲과 계곡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한여름에도 시원하고, 종종 바람이 불어 땀을 식혀준다.
은수사로 가는 길은 아기자기한 나무길과 평탄한 흙길이 이어져 있어 가족 단위나 트레킹 초보자에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숲길 사이로 보이는 마이산의 봉우리는 마치 동화 속 장면처럼 신비로우며, 사진을 찍기에도 더없이 좋은 배경이 된다. 탑사길은 돌탑으로 유명한 ‘탑사’를 중심으로 순례하듯 걸을 수 있는 코스로, 산세는 낮지만 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즈넉한 길이다.
마이산 둘레길은 단순한 트레킹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곳은 ‘한국의 산티아고 길’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명상과 치유를 위해 찾는 곳이며, 걷는 도중 만나는 사찰, 약수터, 조용한 기도처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
무더운 여름, 자연과 함께 조용히 걷고 싶고, 동시에 내면을 정화할 수 있는 시간을 원한다면 마이산 둘레길만큼 잘 어울리는 곳은 드물다. 한적한 숲길과 고요한 절의 울림이 마음까지 맑게 씻어주는 여름 트레킹의 명소다.
서울&수도권 근교 ‘북한산 둘레길’ – 도심 속에서 즐기는 초록 쉼표
멀리 떠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여름 트레킹 코스로는 서울 근교의 ‘북한산 둘레길’을 추천한다. 북한산 둘레길은 서울과 경기 북부를 아우르며 총 70km에 달하는 산책길로, 구간별로 나누어져 있어 원하는 거리와 분위기에 맞게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여름에는 나무가 우거진 숲길이 많은 구간이 인기가 높다.
가장 대표적인 구간은 제1구간인 ‘소나무숲길’이다. 이 구간은 북한산국립공원 입구인 우이동부터 시작해 소나무 숲길을 따라 천천히 이어진다. 숲이 깊고 그늘이 많아 여름철에도 무척 시원하며, 숲 내음을 맡으며 걷다 보면 도심이 아닌 깊은 산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또 다른 인기 구간은 제6구간 ‘평창마을길’이다. 이 코스는 평창동에서 진관사까지 이어지며, 북한산의 웅장한 암벽과 골짜기를 감상할 수 있다. 곳곳에 나무 벤치가 마련돼 있어 잠시 쉬어 가기에도 좋고, 도심과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도심 속 트레킹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북한산 둘레길은 다른 산길과는 달리 포장된 길과 흙길이 적절히 섞여 있어 트레킹화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또한 중간중간 만나는 사찰과 역사 유적은 길을 걷는 즐거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진관사, 승가사, 삼천사 등은 역사적 의미와 함께 조용한 분위기로 마음의 평화를 주기에 충분하다.
무더운 여름날, 멀리 떠나지 않고도 초록 물결 속을 거닐고 싶다면 북한산 둘레길은 최고의 선택이다. 아침 일찍 떠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걷는 북한산의 숲길은 복잡한 일상에 지친 당신에게 조용한 쉼표가 되어줄 것이다.
여름은 자연이 가장 풍성해지는 계절이다. 그리고 초록이 우거진 길을 따라 걷는 트레킹과 하이킹은 무더운 계절 속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치유의 방법이다. 오대산 선재길의 숲, 진안 마이산의 영적인 봉우리, 북한산의 도시 속 쉼터. 각기 다른 풍경과 매력을 가진 이 길들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몸도 맑아진다. 올여름, 자연과 함께 천천히 걷는 길 위에서 당신만의 속도로 힐링을 경험해보자.